친구에게서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축하해! 드디어 임신한 거야?"라고 말했다. 순간 당황했다. 시험관 시술 소식을 전하기 위해 보낸 배아 사진을 임신 성공한 초음파 사진으로 착각한 것이다.
나는 그만 빵! 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아니야! 그건 배아 사진이야. 이번 시험관 시술 때 그 세포를 이식한 거야." 친구는 민망해하며 미안하다고 했지만, 그 마음이 어찌나 고맙던지. 물론 그 친구에게는 두고두고 놀림거리로 삼고 있다.
사실 나도 시험관 시술을 하기 전까지는 '배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인간이 모두 작은 세포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처음으로 이식 시술을 받던 날, 작은 원 안에 있는 울퉁불퉁한 세포 덩어리를 보게 되었다. 이게 바로 내 아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어떻게 저 작은 것이 생명이 되고, 사람이 되어가는 걸까 하고 감탄했다.
이식 결과를 보여주는 까만 질 초음파 모니터 속 '반짝반짝' 거리는 배아를 보면서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우주선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배아 N호, 배아 N+1호'로 이름을 붙여주며 배아 사진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애틋함과 기대감이 넘쳤다. 친정엄마는 실제로 마치 손자를 직접 본 것처럼 사랑스럽다고 하셨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감정은 무덤덤해져 갔다. 현실은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배아들에게는 등급이 매겨졌다. 최상부터 하까지. 선생님은 등급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고 설명해 주셨지만, 그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최상, 상급 배아를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상급 이상의 배아가 아니면 계속 불안했고, 맘카페를 뒤져 비슷한 등급과 모양의 배아로 성공한 사례를 찾으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하지만 내 기대와는 별개로 나의 배아 N호들은 더 먼 우주로 나아가지 못하고 빛을 잃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시험관 시술의 장점은 이 배아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배아(胚芽)'라는 한자를 찾아보니 '싹이 트다', '아이를 배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정말로 새로운 시작, 생명의 시초를 의미하는 단어였다. 그래서 만약 내가 성공해서 아이를 갖게 된다면, 언젠가 그 아이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