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실의 차가운 공기와 낯선 의료진, 그리고 기구들에 압도당했다. 마취를 위해 팔이 고정되자 두려움이 최고조에 달했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떠오르던 그 순간, 봄날의 햇살 같은 나의 담당 선생님이 나타났다.
선생님의 나긋나긋한 인사 소리만으로도 든든함을 느꼈고, 그분이 내 이름을 부르며 잘될 거라고 격려하실 때 눈물이 차올랐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시술실에서 만난 담당 원장님에 대한 감정은 거의 친정 아빠 급 애틋함과 든든함이었다.
이 모든 감정을 안고 나는 서서히 아득해지며 잠에 들었다.
이것이 나의 첫 시험관 시술, 난자 채취의 기억이다.
3시간 남짓한 시술 시간 동안 허탈함, 기대감, 긴장감, 호기심, 비장함, 민망함, 무서움, 안도감 등 다양한 감정이 휘몰아쳤다. 애니메이션 영화처럼 내 머릿속에 감정별 캐릭터가 있다면 이날은 아마 모든 감정 캐릭터가 다 등장해 이리저리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아수라장이었을 것이다. 이런 감정의 아수라장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시험관 시술에 대한 긴장감과 두려움만 있었다면, 나는 이후로 계속 시술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상황을 긍정적으로 인지하게 만드는 기대감, 긴장을 풀어주는 엉뚱함, 용기를 주는 안도감은 오히려 긴장감과 두려움에 대한 작용-반작용으로 나타난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어떤 날은 두려움의 힘이 더 클 때도 있고 또 어떤 날은 근거 없는 기대감이 몇 배 더 부풀어 오를 때도 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내 안의 중심을 찾으려는 노력일 것이다.
비록 감정의 소용돌이에 다시 휘말려 흔들리더라도, 나는 그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할 것이다. 마치 기우뚱거리다가도 결국 중심을 잡는 줄타기의 과정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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