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난 계속 억울했다. 모든 것들이 과하게 느껴졌다.
'내가 왜 이것까지 해야 해?'라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난임의 원인이 명확하지도 않던데 뭐 하러 답답하게 수면양말을 왜 신어야 해?'
'술 때문에 난임도 아니라던데 곱창에 소주 조합을 왜 참아야 해?'
'검사 수치도 정상인데 영양제를 챙겨 먹어야 해?'
'일이 바빠 죽겠는데 이식 날짜에 꼭 휴가를 내야 해?'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난 꼭 엄마의 잔소리를 듣는 사춘기 소녀처럼 굴었다.
맞는 말인 걸 알았지만 인정하고 따르기 싫어서 괜한 오기를 부리는 그런 질풍노도의 시기 말이다.
그렇게 난 10번째 이식을 맞이하게 되었다.
시술 횟수가 두 자릿수가 되었다는 게 나도 모르게 세워둔 마지노선이 무너진 기분이었던 어느 날, 팀원과의 면담 시간이었다.
"일을 할 때는 문제에 매몰되기보다는 목표에 더 집중해야 해"라고 팀원에게 조언했다.
그리고 순간 '어라..?'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저 조언은 다름 아닌 나에게 필요했던 말이었다.
나의 목표는 ’임신‘ 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난 난임이라는 문제 상황에 매몰되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다시 ‘임신’ 이라는 과녁으로 영점 조준을 맞췄다.
이 작은 깨달음이 나에게는 큰 변화를 만들었다.
나의 상태 표시등이 ‘난임 중’ 에서 ‘임신 준비 중’ 으로 반짝! 하고 바뀌었다.
그리고 되려 내가 난임 환자라는 걸, 다른 사람과는 조금은 다른 임신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게 되었다.
아침마다 영양제를 챙겨 먹고 가벼운 산보를 시작했다. 무알코올 맥주와 디카페인 커피의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시술이 잡힌 날에는 충분히 쉬면서 몸을 충전했다. 새로운 음식을 먹기 전에는 임신에 도움이 되는 음식인지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거창한 변화는 아니였지만 이렇게 노력하는 내가 스스로 어여뻤다.
난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아니라
임신을 향해 느리지만 뚜벅뚜벅 나아가는 여정처럼 느껴졌다.
어찌 보면 결국 몸을 따뜻하게 하고 충분히 쉬면서 건강한 음식을 먹는 이 행동들은 난임과 무관하게 누구나 해야 하는 임신 준비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제대로 직시 하지 못한 지난 날이 부끄럽지만 뒤늦게나마 이런 마음을 발견 한 게 기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