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면서도 절망스러웠다. 두 줄이 생겼다는 사실보다,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오랜 시술 시간 동안 나에게도 두 줄의 순간이 있었다. 그중 처음 두 줄을 보았던 순간은 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날, 두 줄이 아니라 네 줄을 보았기 때문이다.
엥? 이게 무슨 말이냐고? 코로나 양성 키트 두 줄, 그리고 임신 테스트기 두 줄이 함께 온 것이다. 두 줄, 두 줄 합이 네 줄. 아니, 아무리 두 줄이 보고 싶었다 해도 이건 좀 아니잖아!!!!
첫 시험관 시술 후 1차 피검사 날짜를 며칠 앞둔 주말 아침이었다. 몸이 무겁다는 남편이 걱정돼 코로나 검사 키트를 사 와 검사를 해보라 했다. 남편은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태연했고, 나 역시 별다른 의심 없이 함께 아침을 먹었다. 그러나 점점 남편의 몸 상태는 나빠졌고, (이미 예상할 수 있겠지만) 코로나 검사 키트에는 선명한 두 줄이 떴다.
너무 화가 났다. 남편이 너무 미웠다. 아픈 사람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때는 남편이 아픈 것보다 남편의 안일함이 더 화가 났다. ‘지금 내가 시험관 시술 중이라 조심해야 하는 시기인데. 몸이 안 좋았으면 아침 먹기 전에 키트부터 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씩씩거리며 화를 빽! 하고 냈다. 그 분노는 남편에게 향했지만, 괜찮겠지 하고 넘겼던 나 자신에 대한 짜증과 실망도 섞여 있었다. 남편을 탓하기에 딱 좋은 상황이었다. 그렇게 남편은 안방으로 유배되었지만, 이틀 뒤 내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아, 나도 걸렸구나.’ 그렇게 내 코로나 키트에도 두 줄이 떴다. 1차 피검사일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코로나 확진과 처방을 위해 병원을 가기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 테스트를 했다. 임신이면 곤란한데 싶은 마음과, 그래도… 하는 기대는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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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미 결론을 예상할 수 있겠지만) 내 상황을 비웃듯 임신 테스트기에도 두 줄이 떴다. 그렇게 보고 싶던 두 줄이었는데, 막상 보니 믿기지가 않았다. 창가로 다가가 이리저리 임테기를 돌려 본다. 두 줄이다. 그렇게 나는 울었다. 기쁘면서도 절망스러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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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코로나 키트도 두 줄, 임신 테스트기도 두 줄이냐고!!!! 남편은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느냐”고 했지만, ‘이 사람아! 지금 내가 부정적인 생각 안 할 상황이냐!!!’
코로나 진단을 받으러 간 병원에서는 혹시 모르니 타이레놀만 처방해 주었고, 격리가 시작됐다. 피검사는 일주일 뒤로 밀렸다. 남편은 임신 테스트기를 스무 박스 넘게 주문했고, 나는 네이버 계산기로 출산 예정일을 계산했다. 어느 순간, 우리에게는 두려움보다 설렘이 더 커졌다. 코로나 두 줄과 임테기 두 줄은 서로 연결돼 있었던 걸까. 코로나의 기세가 사그라들수록 임테기 역시 점점 색을 잃어갔다.
짙어지지 않는 임테기를 보며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난임 카페 글을 필사적으로 뒤지는 것뿐이었다. 격리 때문에 병원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차라리 피검사로 수치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모든 게 서서히 말라가는 느낌이었다.
코로나가 힘든 게 아니었다. 실패를 향해 조금씩 말라가는 과정, 그 초조함이 나를 지치게 했다. 그래서 격리가 끝나고 피검사 결과를 들었을 때, 슬프기보다는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의연하고 긍정적인 남편은 나를 위로했다. 남편이라고 왜 미안하지 않겠고, 왜 속상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아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잖아. 불임이 아니라는 것도 확인했잖아.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자. 나는 오히려 조금 더 희망을 가지게 됐어.”
그 말이 전혀 얄밉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나를 격려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걸 알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의 코로나, 첫 임신 시그널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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