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와 사소한 일들도 공유하는 수다쟁이 딸이다. 나의 임신, 난임 시술은 엄마와 나의 주요한 수다 소재였다. 매일 아침마다 “주사 잘 맞았니?” 하고 묻는 엄마의 메시지가 도착했고, 시술이 끝나고 나면 내가 가장 먼저 전화를 거는 사람 역시 엄마였다. 나만큼 나를 걱정하고 응원할 사람으로 엄마를 0순위로 꼽았다.
그런데 얼마 전 아빠가 가족 밴드에 올린 글을 보고 알게 되었다. 나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마음을 졸이고 있었던 사람이 또 있었다는 걸. 평소 긍정왕답게 내색 잘 안 하시던 아빠가 “아내와 딸이 전화하는 걸 옆에서 들으면서, 친정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는 글과 함께 가족 밴드에 두 개의 에피소드를 남기셨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하고 깔깔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Episode 1. 아빠의 기도
아빠의 지인이 편도 30km 거리의 성당에 매일 기도를 올린 끝에 손주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종교가 없던 아빠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포천 도성사를 찾았다. 소원 게시판 앞에서 마음이 요동쳤다고 한다. 아빠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내 이름과 함께 이렇게 적으셨다. “건강한 아기와의 인연이 닿길…” 그리고 묵주 팔찌 두 개를 구입해 하나는 직접 차고, 하나는 엄마에게 건네셨다. 외출할 때마다 두 분은 빠짐없이 팔찌를 착용했다. 아빠는 글에 이렇게 덧붙이셨다.
Episode 2. 아빠와 비둘기
7월의 어느 밤, 퇴근길에 비에 젖은 비둘기를 발견한 아빠. 날지 못한 채 길고양이에게 잡아먹히기 직전이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손에 안아 집으로 데려온 뒤, 박스를 집처럼 꾸며 물과 쌀을 주며 며칠 돌보셨다. 비둘기가 조금 회복하자 아빠는 집 앞에서 풀어주셨다. 처음에는 잘 날지 못하는 듯하다가, 푸드덕! 하며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보며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부자 되는 박씨가 아니더라도, 좋은 일 물어와라!” 비둘기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함께 올리셨는데, 나는 그 사진을 보고 한참 웃다가 이내 마음이 찡해졌다. 아빠의 선행이 언젠가 꼭 다시 돌아오길, 나도 함께 바라게 됐다.
난임의 시간 동안 나보다 더 마음을 졸이고 있을 부모님. 그 간절한 마음을 아빠의 글을 통해 다시금 확인하면서, 감사하고 또 죄송했다. 나는 결국 이 모든 걱정과 기도 속에 지켜져 온 사람이었음을 느낀다. 그래서 다짐한다. 언젠가 나에게도 아이가 생긴다면, 나도 부모님이 나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온 마음을 다해 좋은 부모가 되어야지. 다만, 팔찌는 자신 있어도… 비둘기 구조는 조금 연습과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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