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착상통인가?” 배가 콕콕 쑤시는 것만 같다. 나는 곧장 핸드폰을 켜 난임카페에 들어간다. 검색어를 어떻게 조합해야 나와 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 중 임신에 성공한 사례를 볼 수 있을까 머리를 굴린다. ‘시험관 3일차 배콕콕’… 어설픈 단어 조합을 넣어도 결과는 나온다. 놀랍게도, 이미 누군가 같은 고민을 했고, 같은 간절함으로 글을 남겨 두었다는 증거다.
가슴이 땅땅해지면서 저릿저릿한 것 같다. 혹시 임신 초기 증상? 평소보다 잠이 더 몰려오는 것도 같다. 착상혈이 꼭 나와야 하는 건가? 그런데 왜 나는 없지? …으아아아악! 잠깐, 아니지…무증상 임신도 있다는데!!
사람이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많은 감정을 경험하는 게 가능하구나 싶을 정도다. 내가 내 자신을 제3자의 눈으로 보면 이 상황이 얼마나 웃길까. ‘웃프다’라는 표현이 가장 잘 맞는 순간은 이식 결과를 기다리는 이 시기가 아닐까.
그래서 이걸 ‘증상놀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싶다. 혼자 작은 연극을 하는 것 같다. 겉으론 “아니면 말고”라며 쿨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혹시나…”라는 희망에 난리법석이다.
한 번은 이식 이후 저녁 8시만 되면 꾸벅꾸벅 졸 정도로 피곤했고 가슴도 조금 아픈 것 같았다. ‘됐다!’ 확신했다. 그러곤 이불을 폭 덮어쓰고 누워서는, 임산부에게 좋다는 과일을 배달앱으로 시켜 먹었다. 평소 나는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데 괜히 과일을 먹어야할 것 같았다. 물론, 결과는 비임신. 난 그저 과일을 맛있게 먹은 사람이 되었다.
처음에는 이 모든 걸 남편에게 다 말했다. “나 평소보다 졸린 것 같아.” “몸이 좀 무거워.” 처음엔 남편도 함께 설레는 눈빛을 보냈다. 그런데 시술이 고차수가 될수록 그의 반응은 점점 담담해졌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에이, 이제는 무덤덤해졌구나. 나만 유난이네.’ 그런데 최근에 알게 됐다. 사실 그건 무덤덤한 게 아니라 조심스러운 거였다고. 괜히 같이 들뜨면 내가 실망할 때 더 크게 무너질까 봐, 차라리 조용히 내 이야기를 받아주기만 했단다.
배가 콕콕한 게 임신일 수도, 그냥 장이 예민한 걸 수도 있다. 가슴이 땅땅한 건 임신 신호라기보다 호르몬 약의 영향일 확률이 높다. 머리로는 다 안다. 그런데도 또 검색창에 들어간다. ‘시험관 5일차 콕콕’ ‘착상혈 없음 성공 후기’ ‘무증상 임신 사례’… 마치 방탈출 문제 풀듯 키워드를 쏟아 넣는다. 놀랍게도 늘 누군가의 글이 걸려 나오고, 그 순간만큼은 나도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얻는다.
논리적으로 보면 유난 맞다. 증상과 결과는 직접 상관이 없고, 마음만 괜히 들쑤신다. 평소엔 슈퍼 T답게 근거와 확률을 따지던 내가, 여기서는 ‘혹시’라는 단어 하나에 기꺼이 무너진다. 이 놀이는 정말 마음의 에너지가 너무 많이 쓰인다. 그런데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 정도로 간절하다.
그래서 이제는 인정한다. 이건 그냥 나의 생존 전략이다. 증상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검색하며 마음을 달래고, 혼자 희망과 실망을 오가는 적은 놀이. 누가 보면 유난스럽고 웃길지 몰라도, 이 유난 덕분에 나는 오늘도 씩씩하게 버틴다.
난임 치료를 하면서 아쉬움이나 답답함, 서운함을 느꼈던 적이 있나요? 병원 내 의료진은 물론 가까운 지인이나 남편, 엄마, 직장동료, 친구가 내 마음 몰라줘서 감정이 북받쳤던 순간. 그 순간 차마 말하지 못했던 한 마디, 아래 버튼을 눌러 꼬미에게 이야기해 주세요. 꼬미가 잘 듣고 다음 회차 뉴스레터로 답장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