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냉장고 한켠에 포도즙을 줄 세워 놓고 이식 시술 이후 하루 하나씩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반찬을 주러 온 친정엄마가 냉장고 속 포도즙을 발견하곤 던진 한마디가 도화선이 되었다.
“얘, 포도즙 당이 많아서 살쪄! 먹지 마!”
평생 딸의 몸무게에 예민했던 엄마를 뒀기에 이 정도 잔소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엄마는 앉은 자리에서 포도 한 송이를 먹을 정도로 포도를 좋아하는 나를 알기에 별생각 없이 한 말이었을 것이다. 평소의 나라면 엄마에게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포도즙이 착상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선배가 선물해 준 거야. 이식 후에만 챙겨 먹고 있으니까 걱정 마.”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가슴 한복판에서 ‘뚝’ 하고 뭔가 밧줄이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서러웠다. 화가 나고 눈물이 났다.
내가 왜 이 포도즙을 먹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먹고 있는지 모르면서 자기 할 말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엄마가 미웠다.
분에 차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포도즙이 착상에 좋다고 해서 이식 후에만 챙겨 먹고 있단 말이야!!!!”
엄마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나는 엉엉 울었다.
순간 나도 내가 왜 이렇게까지 감정이 폭발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엄마의 한마디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동안 쌓아 둔 초조와 실망,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한 분노가 터져 나온 것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사실 이번 시술의 결과 때문에 나는 슬펐고 속상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