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거 아니에요, 시술하러 갑니다. 저한테는 이것도 일이에요.” 회사 휴가 신청 시스템 화면 앞에 앉아 있다. 사유를 선택하는 칸에 커서를 올리고, 수많은 항목 중 ‘난임치료휴가’를 클릭한다. ‘이번에도 이 휴가를 쓰고 있구나.’ 휴가를 쓰면서도 마음이 씁쓸해진다. 난임치료휴가는 법으로 보장된 제도지만, 1년에 고작 6일뿐이다. 그중 유급은 2일, 나머지 4일은 무급.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래도 있는 게 어디냐 싶어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래, 이 6일도 감사히 쓰자.’
동료들에게 휴가임을 알린다. 그냥 ‘개인 휴가’라고 말해도 전혀 문제없지만,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닌데 굳이 말을 덧붙인다. “난임 시술이 있어서요.” 괜히 더 자주 쉬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내가 먼저 방어막을 친다. 사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혼자 괜히 눈치를 본다. 난임치료휴가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시술 확인서가 필요하다. 담당 선생님이 직접 발급해주셔야 해서, 시술 직전이나 직후에 말씀드리는 게 가장 빠르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귀가 전에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어떨 때는 수면마취가 덜 깬 채 급히 말한다. “선생님, 시술 확인서 부탁드려요.” 속옷도 입지 않은 채 “확인서… 꼭…” 하고 부탁하는 모습이 나 스스로 봐도 웃기다. 마치 일처리에 빠른 회사형 인간처럼, 난임치료휴가를 사수하기 위한 ‘효율적인 난임러’ 모드로 깨어나는 순간이다.
시술을 마치고 돌아온 오후. 드디어 누워 쉴 수 있는 시간이지만, 왠지 편하지 않다. 평소엔 “누워 있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막상 누워 있으려니 이상하게 억울하다. 머릿속엔 온갖 금지사항이 떠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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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출근했다. 처음엔 나만 휴가 쓰는 게 억울했지만, 사실 남편이 쉰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는 걸 안다. 둘이 같은 공간에 있으면 괜히 더 답답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혼자 남은 집은 이상하게 고요하다. TV를 켜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몸은 쉬는데 머리는 일한다. 핸드폰을 켜고 검색창을 연다. ‘착상 잘 되는 음식’, ‘시험관 이식 후 조심해야 할 것’, ‘무증상 착상 성공 후기’. 쉬는 게 아니라 또다시 전투 준비를 하는 기분이다. 손가락은 바쁘고, 마음은 더 바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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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동료가 웃으며 말한다. “휴가 좋으시겠어요~ 푹 쉬다 오세요!”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며 답한다. “쉬는 거 아니에요, 시술하러 갑니다. 저한테는 이것도 일이에요.”
회사 일은 ‘성과’를 위해 달리는 일이라면, 시술은 ‘희망’을 위해 달리는 일이다. 이래나 저래나 나는 매일 일하는 중인 것이다.
물론 난임러도 휴가를 쓸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고려할 게 조금 더 많다. 언제 잡힐지 모르는 시술 일정, 휴가 중에도 빠질 수 없는 주사와 약 복용, 조심해야 할 행동 리스트까지. 머리로는 ‘오늘은 쉬는 날’이라 다짐하지만, 몸과 마음은 여전히 ‘업무 중’ 상태다.
내가 쉬고 싶을 때, 아무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런 날이 언젠간 오겠지. 그땐 ‘난임치료휴가’ 대신 진짜 의미의 ‘휴가’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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