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관 한쪽이 막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제 난임센터를 다녀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가족에게 꺼낸 날이 있었어.
그날 가족 중 한 명은 내 이야기를 듣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험관 해.”라고 말했어. 그리고 이어서 산후조리원 비용이나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어 갔어.
그 말에 악의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날의 나는 난임이라는 현실을 겨우 받아들이고 있던 사람이었어. 그런 시점에 들은 그 말들은 응원으로 들리지 않았어.
얼마 전에는 또 다른 일이 있었는데, 평소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같은 난임을 겪고 있었던 남편 친구의 아내에게 연락이 왔어.
단체방에 알리기 전에 먼저 말해 주고 싶었다며 임신 소식과 함께 초음파 사진을 보냈더라고. 병원에 다니며 준비했을 때는 생기지도 않더니 여행 중 갑자기 ‘뿅’ 하고 생겼다며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입덧 이야기로 이어졌어.
진심으로 축하를 했고 건강하게 출산하시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어. 하지만 동시에 너무 힘들더라.
그분은 내가 난임 치료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야.
난임을 겪으면서 깨달았어. 임신은 축하받아야 하는 일이지만 상대가 난임 치료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과 상대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세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조금만 더 조심스러웠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
그 일 이후 우리 부부는 다른 사람의 임신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지 못하는 예민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어. 너무 속상해. 친한 친구처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어도 같은 난임을 겪으며 함께 힘들어했고, 누구보다 지인들의 임신을 축하해 주면서 서로 간절한 마음만큼은 같다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나서야 알게 된 건,
겉으로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사람도, “아직 계획 없어요. 천천히 가지려고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사실은 몇 년째 치료를 받고 있을 수 있고, 매달 결과를 기다리며 울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야.
그 사람의 사정을 다 알 수 없으니까 앞으로 나는 더 조심하려고 해. 누군가에게 아기 계획을 묻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누군가에게 기쁜 소식을 전할 때도 상대의 상황을 먼저 떠올려 보려고.
난임을 겪고 나서야 배웠어.
말은 하는 사람의 의도보다, 듣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훨씬 더 큰 무게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말이야.
💌꼬미의 답장 |이게 정말 난임하는 사람이 되고서야 알게 되는 포인트가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임신 소식은 당연히 기쁜 일이고 축하해 주면 되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그 시간을 지나고 나니, 같은 말도 어떤 날에는 너무 무겁게 내려앉고 별뜻 없이 건넨 말 하나가 오래 마음에 남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축하하는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행복이 싫은 것도 아닌데 내 마음까지 동시에 멀쩡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 진심으로 축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상할 수 있고, 웃으면서 답장을 보내고 나서 혼자 울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런데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또 스스로를 못된 사람처럼 느끼게 되는 순간도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같은 난임의 시간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내 마음을 조금은 알아주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을 테니 더 서운했을 것 같아요. 겪어보기 전에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내가 그 사람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게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글이 더 오래 마음에 남네요.
지금까지 마음 졸이고 견뎌온 시간만큼 앞으로는 조금 덜 다치고, 조금 더 다정한 말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기다린 끝에는 정말정말 좋은 소식이 꼭 찾아오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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