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가 덜 깬 눈으로 선생님의 얼굴을 쳐다봤다. 19개라는 숫자가 머리 위로 둥실 떠오르며, ‘오, 대박!’을 외치고 싶은 마음과 ‘내 배에 그렇게 많았다고?’라는 놀라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이온음료는 꼭 챙겨 마시겠다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순간 머릿속엔 딱 한 생각뿐이었다.
‘19개면… 이제 곧 임신이지 뭐!’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당돌한 설레발이었는지. 그땐 ‘난자 채취 개수 = 이식 가능한 배아 수’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내 안에서 줄지어 자라날 아이들이 이미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난임 생활에서 이 ‘기대감’이라는 놈은 늘 복병이다. 채취한 난자가 모두 수정되는 것도 아니고, 수정이 되었다고 다 자라는 것도 아니며, 배양에 성공해도 모두 냉동까지 살아남는 건 더더욱 아니다.
마리아 포켓M 어플에서 결과를 확인할수록 기대감은 푸시식… 풍선 바람 빠지듯 줄어들었다. 19개 중 수정된 개수, 배양된 개수, 냉동까지 간 개수. 숫자는 잔인할 만큼 줄어들었고, 최종적으로 남은 냉동배아는 7개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섭게 느껴졌던 건 앱 하단에 적힌 안내 문구였다.
정말 ‘0’이 뜨면 어쩌지?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서늘해졌다.
특히 처음에는 의미도 제대로 모르고 받아들였던 숫자들이, 이젠 내 마음과 직결된 무게를 지녔다. 수정란을 확인할 때는 특히 긴장과 기대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남편의 정자와 나의 난자가 만나 생명이 시작된 그 첫 장면 같아서, 그냥 세포 몇 개가 아니라 벌써 내 아이 같아서. 그 숫자 뒤로 몽글몽글 거리는 마음이 피어오른다. 그래서 수정란 단계를 지나 줄어든 숫자를 보면 유난히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19개 중 7개. 성공률은 약 36.8%.
처음엔 ‘19’라는 숫자가 나를 구원해줄 것 같았지만, 이 과정을 겪으며 뼛속 깊이 알게 됐다. 많다고 안심할 것도, 적다고 좌절할 것도 없다는 걸. 난임은 결국 ‘확률을 높이는 싸움’이라지만, 숫자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절대적인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끝내 만나지 못하면 의미가 없고, 반대로 숫자가 적더라도 단 하나라도 도착해주면 그게 가장 귀한 전부다. 많든 적든, 그중 하나라도 살아남는 게 고맙고 기특해 보인다. 남은 숫자가 하나뿐이어도, 나에겐 단 하나면 된다.
그 ‘귀하고 귀한 단 하나’의 나의 아이야, 엄마 여기 있어.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얼른 와.
난임 치료를 하면서 아쉬움이나 답답함, 서운함을 느꼈던 적이 있나요? 병원 내 의료진은 물론 가까운 지인이나 남편, 엄마, 직장동료, 친구가 내 마음 몰라줘서 감정이 북받쳤던 순간. 그 순간 차마 말하지 못했던 한 마디, 아래 버튼을 눌러 꼬미에게 이야기해 주세요. 꼬미가 잘 듣고 다음 회차 뉴스레터로 답장해 드릴게요.